■ 이명박 정부
개발연대식 사고 매몰, 청년층에 고통 전가
인턴 등 비정규직 치중‘일자리 나누기’ 평가도


2009년 5월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7월 이후 1년간 100만명이 해고된다는 정부 예측은 과장됐다”(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7월 이후 100만여명의 근로자가 계약만료 시점에서 정규직화하거나 실직하게 된다”(허원용 노동부 고용정책평등관)는 설전이 오갔다.

하지만 1년 뒤인 지난달 고용노동부는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지난 4월 현재 근속연수 2년을 맞은 비정규직 근로자 중 84%가 정규직으로 바뀌었고, 해고된 비정규직은 16%에 그쳤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제기했던 ‘7월 비정규직 고용대란설’은 기우로 판명났다. 출범 초기부터 노동 유연화, 규제 완화, 친기업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정규직보호법 폐지 또는 개정 작업에 나선 이명박 정부의 한계를 드러낸 장면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때 고용 공약으로 ‘임기 내 일자리 300만개 창출’을 내걸었다. 하지만 선언 외에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등 특별히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규제 완화와 투자 활성화가 제대로 돼 7% 성장이 이뤄지면 매년 60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설명이었다.

대통령 취임, 그리고 그해 하반기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 공약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집권 전반기가 지난 현재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되돌아보면 그다지 내세울 게 없다. 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개발연대식 사고에 매몰된 채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금융위기 이후 긴급처방으로 내놓은 청년인턴제와 희망근로, 4대강 사업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나마 일자리 문제 해결 과정에서 노동계는 철저하고 완전하게 배제됐다. 정부는 경기가 회복된 뒤에도 고용문제가 풀리지 않자 최근 들어서야 일자리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하고 있는 정도다.

금융위기 이후 고통분담 방안의 하나로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 나누기 정책도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계 요구는 수용되지 않은 채 기업의 임금 삭감 수단으로 전락했다. 많은 공기업과 대기업들의 대졸 초임이 삭감돼 청년층에게 고통이 전가됐다. 정부가 공공부문 중심으로 청년인턴 등 비정규 일자리의 창출을 적극 권장하면서 일자리의 질은 더 나빠졌다. 2010년 일자리 예산은 8조8000억원으로 책정됐다. 2009년 12조1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27.1%) 삭감된 액수다.

4대강 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목표도 당초 34만명이었으나 지난 5월 중순까지 공사현장 투입인원은 1만364명이고 그나마 상용직은 고작 130명 선에 그쳤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은 “이명박 정부 고용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건설업자의 일자리 만들기이고 질적으로는 단순노무직 등 비정규직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며 “정규직은 줄어들고 저임금 비정규직만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임금을 깎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면 가계수지 악화→내수 잠식→일자리 축소의 악순환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때와 달리 일자리를 나누고 지키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부가 제시한 것은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의 노사관계는 2009년 8월 물대포와 최루액까지 동원한 경찰특공대의 쌍용차 평택공장 파업 진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민주노총을 대화 대상에서 배제했다. 올 초부터 가동된 국가고용전략회의 테이블에 노동계는 초대받지 못했다. 민주노총 김경란 정책국장은 “현 정부가 기본적으로 고용·노동정책을 경제정책의 부산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가 반환점에 접어들 무렵부터 정부는 비로소 일자리 대책에 착수했다. 지난 1월21일 제1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는 “고용정책 대상을 실업자뿐 아니라 취업애로계층으로 확대하고 올해 일자리를 25만개 늘리겠다”고 밝혔다. 구인·구직 데이터베이스 확충, 취업장려수당 지원, 고용투자세액공제제도 도입, 지역별 일자리 공시제 도입 등이 포함됐다. 고용노동부 임무송 인력수급정책관은 “고용정책의 목표는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근로기회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일자리 대책에 대해 노동계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 파견노동의 범위를 확대하고, 고용서비스의 규제 완화를 통해 불안정 일자리를 양산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돈거래를 중개하듯 노동을 중개하는 이른바 노융(勞融)산업이 본격화할 경우 파견노동이 정규직을 대체하고 노사관계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4일 열린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공공부문의 취업알선 분야를 민간위탁으로 일정 부분 전환시키고, 유료직업소개업과 파견업 등을 포괄하는 종합인재서비스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손정순 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장은 “고용서비스가 민간기업의 영리 행위 영역에 편입될 경우 고용을 매개로 한 영리활동이 중간착취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며 “결국 불안정 노동을 확산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출처 : 경향신문

 

Share